"천 년의 긴 세월도 일각의 어긋남 없음에서 비롯되고, 모든 공적의 빛남은 촌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데서 말미암는다."
[千歲之致 始於一刻之不差 庶績之熙 由於寸陰之無曠]
▣ [해제] 세종실록 16/7/1 (병자). 1434년(세종16) 7월 1일, 국가 표준시계로 물시계[漏器]를 사용하면서, 세종이 김빈에게 짓게 한 글(序)에서 한 말입니다. 여기서 ‘모든 공적의 빛남은 촌음을 아끼는데서 비롯된다’는 구절은 비단 왕과 신료들 자신의 시간을 아낀다는 뜻을 넘어서, 백성들의 시간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. 경회루 옆 보루각→경회루 남문→근정전 월화문→근정문 金鼓→광화문 대종고 등으로 시간을 전하여 알리게 했다는 이날의 실록기사가 보여주듯이, 세종은 백성들에게 시간이라는 중요한 정보자원을 공유할 수 있게 했습니다. 백성들 또한 나라의 주체라는 의식을 갖게 하였던 것입니다. 경복궁의 경회루의 동남쪽에 있던 보루각은 그런 의미에서 세종의 민본정치의 대표적인 상징공간이기도 합니다. 그가 오목해시계를 두 종류로 만들어 궁궐 안에는 한 자로 시간이 표시된 - 子畜寅卯 등 - 시계를 설치했지만, 종묘 남쪽과 혜정교 가에는 그림문자, 즉 시신(時神)이 그려진 - 쥐, 소, 호랑이, 토끼 그림 등 - 시계를 설치하면서 “무지한 자로 하여금 보고 시각을 알게 하고자 함”(세종실록 19/4/15 갑술0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그런 정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.